클래스A로 쌓아올린 50년, 서그덴의 명품 기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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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gden     

Masterclass ANV-50



클래스A로 쌓아올린 50년, 서그덴의 명품 기념작 


글 | 김문부


클래스A 앰프의 기원을 논할 때, 서그덴(Sugden)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트랜지스터 기반 퓨어 클래스A 앰프의 선구자이며, 그 철학을 지금까지도 고스란히 이어오고 있다. 대중성과 마케팅을 위해 다양한 시리즈나 좀더 효율 추구의 회로 설계를 시도해볼 법도 하지만, 서그덴은 그런 유혹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았다. 이른바 외골수 전략. 오직 순수 클래스A 방식에 집중해오고 있는 것. 덕분에 클래스A라면 언제나 서그덴을 1순위로 꼽는다. 남들처럼 거창하게 호화로운 미사여구를 포함시키지도 않고, 그냥 ‘클래스A의 원조’, 이 심플한 문구 하나가 그들의 자부심이자 자신감을 보여준다. 그 결과물은 분명하다. 음악을 들을 때 앰프 상판이 서서히 데워지며, 함께 녹아드는 듯한 그 맑고 깨끗한 음색은 많은 오디오파일에게 잊지 못할 인상을 남긴다. 클래스D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밀도감과 질감, 그게 효율 낮은 클래스A 설계가 지금까지 추앙 받는 이유이다. 순도 높은 아날로그적 감성, 그 본연의 맛을 가장 잘 지켜온 브랜드가 바로 서그덴인 것이다. 



서그덴은 1967년, 제임스 에드워드 서그덴에 의해 창립되었다. 이후 세계 최초의 트랜지스터 퓨어 클래스A 인티앰프 A21을 출시하며, 오디오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A21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 물론 디자인과 일부 사양은 시대에 맞게 개선되었지만, 클래스A라는 정체성은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서그덴의 라인업은 A21, 사파이어, 마스터클래스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으며, 프리앰프, 파워 앰프, 인티앰프, 포노 스테이지, DAC 등 다양한 형태로 구비되어 있다. 이 가운데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마스터클래스(Masterclass) ANV-50 인티앰프다.



모델명에 들어간 ANV는 Anniversary, 그리고 50은 50주년과 50W(8Ω)의 정격 출력을 의미한다. 외관 역시 기념 모델답게 특별함을 더했다. 그동안 디자인에 좀 무던했던 서그덴이었지만, 이 제품을 시작으로 비비드한 색감을 과감히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 전면 패널은 블랙, 블루, 레드 등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되었고, 이 중 특히 강렬한 오렌지 컬러는 시선을 사로잡는다. 검정색 노브와 전원 버튼이 대비를 이루며, 시각적 임팩트를 한층 강화한 모습인데, 오디오에서 이런 오렌지 컬러는 의외로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요즘 오디오 제품은 소리만큼이나 디자인 포인트도 중요한 구매 요소가 된 만큼, 이런 디자인적 시도는 당연히 칭찬할 만하다. 


성능 면에서도 기존 A21 시그니처의 23W 출력을 훌쩍 넘어, 50W(8Ω), 100W(4Ω)의 여유 있는 파워를 제공한다. 입력은 RCA 단자 5계통을 지원하며, 프리아웃과 테이프 출력도 제공된다. XLR은 아쉽지만 생략. 크기 대비 가벼운 11kg 무게는 스위칭 파워 서플라이 채택 덕분이다. 서그덴은 이 새로운 전원부 설계를 통해 클래스A의 고질적 문제였던 발열과 낮은 효율을 효과적으로 개선했다. 특히 이 스위칭 전원부는 좌우 채널을 완벽히 분리한 구조로 설계되어, 전류 공급의 순발력과 안정성을 모두 확보했다. 이는 클래스A 앰프에서 중요한 전류 유지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커패시터를 생략한 DC 커플드 방식, 2단 증폭 설계, 그리고 고유의 오류 보정 회로를 갖춘 출력단까지, 왜곡 없는 깨끗한 신호 전달을 위한 기술적 보완책이 돋보인다.



그 결과, 사운드는 실로 매혹적이다. 서그덴 특유의 진한 음색, 밀도 높은 중역, 고요하게 감도는 공기감이 음악을 감성적으로 풀어낸다. 단순히 부드러운 음만 내는 것이 아니라, 다이내믹한 전개와 강인한 저역 구동력까지 풍부하게 보여준다. 일단 스피드를 보유하여, 음의 늘어짐이 전혀 없다. ‘빠르고 깨끗함’, 이는 ANV-50의 핵심 문구가 될 것이다. 육중한 대형 스피커 유닛도 어렵지 않게 컨트롤하며, 음악의 볼륨감과 깊이감을 여유롭게 살려내는 재능도 특출 나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클래스A에서 출력 수치는 단순히 숫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빈 공간 없이 꽉 채워주는 음의 밀도감, 고음 쪽의 한없이 투명한 아름다움, 그리고 끝 음에 살짝 온도감을 느끼게 해주는 아날로그적 따스함까지, 음악적인 매력을 더없이 경험하게 해줄 매력으로 가득하다. 클래스A의 진면목이 무엇인지, 왜 오디오파일들이 여전히 이 방식을 그토록 사랑하는지, 또 서그덴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ANV-50은 소리로 직접 증명해낸다. 절제된 디자인과 정제된 기술, 그리고 감동적인 음악성, 서그덴의 50년 역사와 철학이 그대로 담긴 이 인티앰프는 단순한 기념작을 넘어, 클래스A를 대표하는 새로운 이정표라 할 만하다. 




  

수입원 (주)다미노 (02)719-5757

가격 1,060만원   실효 출력 50W(8Ω), 100W(4Ω)   아날로그 입력 RCA×5   아날로그 출력 RCA×2(Tape, Pre-Amp) 

주파수 응답 12Hz-45kHz(±1dB)   S/N비 85dB 이상   입력 감도 110mV   크기(WHD) 43×14.3×37cm   무게 11kg(Sh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