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가 완성시킨 특별한 무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가 완성시킨 특별한 무대


글 | 이현모



그라도(Grado)라는 브랜드는 필자에게 무척 친근하다. 대략 10여 년 전 한때 헤드파이에 빠져서 당대의 레퍼런스 헤드폰 시스템을 두루 섭렵한 바 있다. 당시 그라도 RS-1 헤드폰이 동사의 플래그십 모델이었는데, 나무로 된 동그란 인클로저에 검은 색의 약간 거칠면서 두터운 스펀지 이어 패드로 이루어진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물론 RS-1 헤드폰은 음색 또한 독특해서 타 헤드폰과 확실히 차별되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버슨 오디오의 컨덕터 3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와 짝을 이루어 시청한 그라도의 더 헴프(The Hemp) 헤드폰은 동사의 한정판으로, 대마의 일종인 헴프와 단풍나무를 조합한 매우 파격적인 몽환적 무늬의 하우징을 채용했다. 대구경 드라이버를 사용하며 주파수 응답은 13-28,000Hz이다. 임피던스는 38Ω, 감도는 98dB이며 오픈 타입이다. 고순도 구리 심선을 8가닥 사용한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다.


 

버슨 오디오(Burson Audio)는 꾸준히 헤드폰 앰프를 개발해 온 호주의 업체로, 국내에서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설립자 마크 버슨은 30여 년간 레코딩 회사와 방송국 관련 사업을 하다 1996년에 동사를 창업했다. 동사는 2005년에 PI-100 인티앰프를 출시하면서 2000불 이하 시장에서 최고라는 찬사를 받으며 오디오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꾸준히 기술 개발을 해 오고 있고 최근에 외국 헤드파이 사이트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번에 그라도 더 헴프 헤드폰과 짝을 지은 버슨 오디오의 헤드폰 앰프는 동사의 플래그십 라인인 컨덕터 3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로, 요즘 추세에 맞추어 DAC와 프리앰프, 블루투스 입력 등이 내장되어 있어 활용도가 높은 상위 기종이다. 16Ω에서 7.5W 출력을 내는 퓨어 클래스A, 풀 디스크리트 디자인 설계의 앰프, 채널별로 ESS 사의 ES9038Q2M DAC 칩을 사용하고 XMOS USB 리시버가 내장된 PCM 32비트/786kHz, DSD 512까지 재생하는 DAC, 블루투스 5.0(aptX HD) 지원에 동사에서 개발한 디스크리트 OP 앰프를 원하는 대로 교체 가능해 다양한 음색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3개가 적용되었던 하위 기종과 다르게 동사의 자랑인 MCPS(Max Current Power Supply)도 5개를 적용해 성능을 더욱 높였다. 


컨덕터 3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는 전면 가운데 대형 액정 디스플레이가 있고, 오른쪽에 고품질 대형 노브가 자리하며, 왼쪽에 6.3mm 헤드폰 잭이 2개 있다. 그리고 하위 기종과 다르게 수직으로 세워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버튼을 누르면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정보가 회전한다. 크기 255×70×270mm(WHD)이며 무게 5kg으로 작고 아담해 어느 곳이나 설치가 가능하다.



그라도 더 헴프 헤드폰과 버슨 오디오 컨덕터 3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에 대한 사전 지식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청취에 임했다. 소스기기로는 오디오 아날로그 크레셴도 CD 플레이어를 사용했다.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 3악장 장송행진곡(Hyperion)을 최고의 기교파 피아니스트 마르크-앙드레 아믈랭의 연주로 들어 보았다. 먼저 그라도 더 헴프 헤드폰의 개방감과 편안함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피아노 음은 명료하면서 부드럽고, 풍부한 배음과 강력한 타건 시 강력한 임팩트가 잘 전달된다. 정트리오가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의 유명한 피아노 트리오 ‘위대한 예술가를 회상하며’(EMI)에서는 첼로, 바이올린이 넓은 공간에서 정위감 있게 들린다. 까슬하면서도 매끄러운 첼로와 부드럽게 촉촉한 바이올린이 개방형 헤드폰답게 시원하게 들린다. 조수미가 부른 비발디의 ‘이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RV630’ 중에 나오는 ‘라르게토’(Warner Classics)를 들었다. 앞부분에 나오는 저음 현악기 연주의 질감과 에너지가 충분히 느껴지며, 조수미의 목소리 역시 부드럽고 명료하게 들린다. 첼리비다케가 지휘하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EMI) 제4악장 합창 부분에서는 팀파니와 북의 타격감이 입체적으로 들리며. 오케스트라의 여러 악기 소리도 명료하며 에너지도 좋다. 솔로 가수의 목소리도 맑고 우렁차며 합창단의 목소리도 사실적이다. 


그라도 더 헴프 헤드폰과 버슨 오디오 컨덕터 3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의 조합은 개방감 속에 정숙한 배경을 바탕으로 부드럽고 명료한 소리를 들려준다. 개방형 헤드폰답게 시원하고 자연스러운 음색이 돋보인다. 특히 헴프와 단풍나무로 만든 하우징의 몽환적 무늬가 인상적인 데다 무척 편한 착용감의 더 헴프 헤드폰은 부드럽고 시원한 소리를 들려준다. 물론 이를 정밀하게 구동하는 컨덕터 3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의 높은 해상도와 치밀한 구동력 또한 헤드폰이 가지고 있는 표현 능력이 충분히 발휘되도록 한다. 이 조합은 자연 소재인 원목과 첨단 기술력이 만나서 개방성과 부드러움, 그리고 명료함이 잘 어우러진 고성능 헤드파이 시스템의 특징을 잘 보여 준다.  




Burson Audio Conductor 3 Reference

가격 280만원

실효 출력 7.5W(16Ω), 5W(32Ω), 1.75W(100Ω), 1.16W(150Ω), 0.58W(300Ω) DAC ES9038Q2M×2 

디지털 입력 Optical×1, Coaxial×1, USB C×1 

USB 지원 PCM 32비트/768kHz, DSD 64/128/256/512 

아날로그 입력 RCA×2 

아날로그 출력 RCA×1(Pre Amp), RCA×(Line Level DAC) 

주파수 응답 0-58kHz(±1dB) 

THD 0.0015% 이하 

입력 임피던스 40㏀ 

블루투스 지원(Ver5.0, aptX HD)

헤드폰 출력 지원(6.3mm×2) 

크기(WHD) 25.5×7×27cm 

무게 5kgv


 Grado The Hemp Headphone

가격 60만원

구성 오픈형 

주파수 응답 13Hz-28kHz 

감도 98dB 

임피던스 38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