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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Hifiman / 화장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의 미학



Hifiman / HE-5LE


철저하게 스피커로 듣는 것을 선호하는 나는 헤드폰으로 음악 감상은 전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레코딩 엔지니어, 그것도 클래식과 재즈음악 쪽의 레코딩 엔지니어라는 직업때문에 헤드폰은 늘 가까이에 있으며 하루에도 일정시간 이상 헤드폰으로 음악,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소리를 들어본다. 클래식 녹음의 경우는 대부분 레코딩 스튜디오보다는 공연장이나 성당 교회 등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헤드폰은 음악과 소리를 구분하고 판단하는 데 있어서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늘 헤드폰에 관해서 좀더 자연스럽고 어떻게 보면 모니터적이라 표현할 수 있는 제품을 늘 찾아왔다. 오랜만의 월간오디오에서의 리뷰. 게다가최근에도 변함없이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는 헤드폰 중 하나이다.

 

마침 지난달 월간오디오에서의 하이파이맨의 헤드폰 광고를 보고 관심을 지니고 있었는데, 직접 리뷰를 하게 되어무척이나 반갑고 즐겁게 들어보았다. 진공관 방식의 헤드폰 앰프인 EF2A를 듣기 전 우선 오디오 가이 마스터링 스튜디오에 있는 데인저러스뮤직의 모니터 ST프리앰프에 장착되어 있는 헤드폰 단자에 연결해서 들어보았다. 마스터링 스튜디오에서 검청용으로 사용이 되는 프리앰프이기 때문에 헤드폰 앰프도 아주 고품질의 사양으로 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몇 년 동안 사용하면서 이 헤드폰 앰프에 수십종 이상의 헤드폰 등을 들어보았기 때문에 소리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즉, 나에게 가장 익숙한 제품이다.


스탁스 같이 정전형 헤드폰에서 기대할 수 있는 풋워크가 가볍고 고역이 하늘하늘 날아다니고 화려하면서도 그러면서 쏘지 않는 고역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했는데 의외의 소리이다. 이것은 과거 10년 전에 젠하이저 HD600을 그리 어울리지 않는 헤드폰 앰프에 연결해서 처음 들었을 때와 비슷하다.몇 번 들어보아도 소리가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 달라 리뷰를 잠시 미루고 집으로 와서 집의 시스템에서 들어보았다.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마란츠의 프리앰프에 연결해서 들어보아도 마찬가지. 결국은 동사의 EF2A에 연결을 해서 듣게 되었다. 역시동사의 제품답게 지금까지 들었던 소리와는 수준이 다른 소리를 바로 들려준다.

 

생각보다 이 헤드폰은 속이 깊다. 화려하고 쌈빡한 고역으로 사용자들을 짧은 시간에 섹시한 소리로 유혹하기보다는 아주 자연스럽다. 이 자연스러움이 이 헤드폰의 최대의 미덕이다. 자극적인 소리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에게는 이 소리가 분명히 답답하게 들릴 것이다. 좌우의 스테레오 이미지는 대단히 넓으며 깊이감도 우수하다. 진공관 앰프에서 구동이 되는 것 답게 좌우 이미지 사이, 그리고 앞뒤의 깊이감 사이에 진공관 특유의 밀도감으로 빈 소리 공간을 꽉 채워준다. 초고역의 높은 대역은 자연스럽게 롤오프되어 있으며 저역도 펀치감이 강하거나 다이내믹한 편은 아니다. 저역의 반응은 조금 느리다. 많은 헤드폰의 경우 너무 빠른 저역의 반응은 오히려 부담을 주는 경우도많다.

 

오케스트라에서 첫 번째 바이올린보다 콘트라베이스가조금 늦게 나오는 것처럼 저역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이 헤드폰은 팝이나 락 음악에는 만족스럽지 않다. 이 헤드폰의 최대의 장기는 역시 클래식 음악에서 본격적인 실력이 들어난다. 아주 낮은 저역까지도 충분하게 재생이 되며 무엇보다도 아주 음악적이며 실제 공연장에서 듣는 것과 같이 소리가 차분하고 부드럽다.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경우 귀가 금세 적응하고, 그리고 금세 피로해지기 때문에 잠시 귀를 쉬었다가 다시 들어보았다. 이 경우도 위에서 서술한 것과 크게 인상이 다르지 않다.


결과적으로 이 헤드폰과 헤드폰 앰프는 클래식 음악, 특히 현대 녹음 보다 옛날 녹음을 많이 듣는 애호가에게 대단히 잘 어울린다. 현대의 하이파이한 녹음보다 아날로그 시절에 녹음된 초창기 클래식 음반들을 들을 때 참맛이 어우러져 나온다. 이 헤드폰은 잠깐만의 시청으로 당신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 들을 수 있는 편안함에서는 그 어떤 헤드폰보다 장점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