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이고 폴딩되는 하이엔드?


dido d901


글, 사진 : 루릭 ( http://blog.naver.com/luric, @LuricKR )



*D901의 청음 세트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CD 플레이어 : NAD C 515BEE

DAC : Matrix Mini-i

Toslink 광케이블 : WireWorld Nova 6

RCA 인터케이블 : Van Den Hul The Name

헤드폰 앰프 : Graham Slee Solo SRG II

DAP : Hisonus livOn HSP-M1 (192kHz, 24bit FLAC 파일 사용)

포터블 뮤직 플레이어 : Apple iPod Touch 5th, iPhone 4S, Sony NWZ-A864


 

모두 번쩍거리고 모두 저음 빵빵한 퍼펙트 사운드


대만의 퍼펙트 사운드는 현재 3개의 제품을 판매 중입니다. 커널타입 이어폰 2개, 풀 사이즈 헤드폰 1개인데... 모두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세밀하게 가공된 금속 하우징을 사용하며,외부 디자인이 매우 번쩍거리고, 고, 중음역은 평탄한데 저음량이 많고 단단합니다. 그리고 모두 비쌉니다.


이 중에서 수입사로부터 빌려온 제품은 헤드폰 Dido D901입니다. 얼마 전 무슨 헤드폰쇼, 오디오쇼에서 청음 행사를 진행했던 모양인데 아직 국내에서는 입소문이 거의 없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청음해보고 결국 구입해서 레퍼런스로 쓰고 있는 GMP 8.35D도 그렇고, 이번에 만난 수입사는 참 희귀한(?) 물건만 빌려주는 느낌이 듭니다. 저로서는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군요. 이 사람들이 '그냥 구경해보라고' 함께 빌려준 이어폰도 전부 특이합니다.



위의 제품은 S101 이라는 이어폰인데 외부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을 달고 있습니다. 여성 연예인들에게 딱 어울릴 듯한 비주얼입니다. 번쩍거리는 크롬 도금의 알루미늄 하우징이 무척 섬세하게 가공되어 있으며 의외로 착용감도 좋았습니다. 오래 전에 여성 유저 타겟의 스와로브스키 이어폰을 필립스에서 내놓은 적이 있는데 이렇게 다시 보니 반갑군요. 여친님에게 생색내며 비싸고 예쁜 이어폰을 선물하고 싶은 Winner 여러분에게 추천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여친님은 B&O A8이나 사달라고 하겠지) 



마치 뿔처럼 생긴 이 제품은 S102 라고 합니다. 귀 안쪽으로 들어오는 하우징과 스피커 구조는 S101과 동일하지만 외부 데코레이션이 뿔 모양의 통짜 금속으로 되어 있지요. 역시 번쩍번쩍한 외관으로 시선 주목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이어폰 2종 모두 소리가 무척 흡사한데, 저음량이 굉장히 많고 타격감이 강합니다. 그러면서도 상당히 깔끔하고 균형잡힌 고.중음역이 나오더군요. 이러한 음색은 헤드폰 D901에서도 유사하게 드러납니다. 퍼펙트 사운드의 소리 담당자 겸 대표 아저씨가 매우 일관되고 개성 있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모양입니다. 살짝 밝은 고음과 빠른 응답의 소리를 즐기되 강력한 저음을 함께 듣고 싶다면 이어폰이든 헤드폰이든 상관없이 퍼펙트 사운드 제품을 한번 들어보셔도 좋겠습니다. 반대로 플랫한 저음과 높게 올라가는 고음을 원한다면 다른 회사 제품을 찾아보세요.



이 물건을 대체 어디에 쓸 것인가


 

이제 이 글의 주인공인 D901을 살펴보아야겠는데......


어떻게 설명을 드려야 할지 난감합니다. 이 헤드폰의 컨셉이 꽤 어렵기 때문입니다. 겉모양만 봐서는 번쩍거리는 패션 헤드폰처럼 보이지만, 가격대와 사운드의 지향점은 오디오파일(Audiophile) 타겟의 하이엔드 헤드폰입니다. 일단 D901의 사운드는 아이폰 4S에 꽂아서 처음 들었을 때부터 환상적인(?!) 임팩트를 주었습니다. '헐?!!' 소리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해상도가 무척 높고 매우 타이트하면서 깨끗한 음색이 저를 압도한 것입니다. 그런데 저음량이 꽤 많고 그 질감이 마치 돌덩어리처럼 단단해서 수많은 아웃도어용 헤드폰을 연상하게 만듭니다. 만약 저음량이 아주 조금만 더 적었다면 Audeze LCD-2와 유사한 수준의 '돌덩이 저음'으로 느꼈을 겁니다. 그러니까... 이게 어중간합니다.


이 헤드폰을 대체 어떻게 써야 하는 걸까요?


거치형 CDP와 외장 DAC, 거치형 헤드폰 앰프를 더한 시스템에 연결해도 소리가 딱히 변하지는 않습니다. 소스 품질이 좋아지니 더 선명해지는 정도입니다. 아이폰 4S나 리본 HSP-M1에 연결해도 그냥 좋은 소리가 나옵니다. 보통 이어폰 수준의 낮은 임피던스, 아주 좋은 효율을 갖고 있어서 포터블 뮤직 플레이어에 딱 맞습니다. 이렇게 보면 그냥 밖에서 쓰고 다니는 용도가 될 듯 합니다. 그런데 이 헤드폰은 현재 수입 가격이 100만원을 넘습니다. 크기와 무게도 그냥 가볍게 쓰고 지하철을 탈만한 정도가 아닙니다. 거의 풀 사이즈 헤드폰이며 외부 인클로저(하우징)와 힌지, 헤드밴드 모두가 금속으로 되어 있어서 몸무게가 거의 400g이나 됩니다. 또한 사운드 품질이 어지간한 하이엔드급 헤드폰 정도는 되니까 그냥 실내 음악 감상용으로 쓰면 될 듯 합니다. 무거워도 착용감은 편안하니 오래 들을 수도 있구요.



새로운 헤드폰을 찾고 있는 유저의 입장에서 보면, D901은 패션 헤드폰의 기준에서 너무 비싸고 무거운 제품이며 실내용 헤드폰으로 보면 왠지 오디오용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양쪽 측면 모두에서 편견을 얻기에 딱 좋은 상황이군요.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 제품은 음악 감상을 아주 쉽게 통합해줄 수 있는 '하이엔드급 모바일 헤드폰'이기도 합니다. 고가의 헤드파이 시스템(DAC, 앰프, 케이블...)을 갖추기보다는 스마트폰으로 편하게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꽤 많은데, 스마트폰이라는 최소화된(?) 소스 기기를 쓰면서도 사운드에 대해 원하는 것은 많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음악 감상을 위해 실내용, 실외용 헤드폰 2개를 갖추기보다는 하이엔드급으로 딱 하나만 갖추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D901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닥터드레 프로처럼 폴딩이 되는 오디오파일용 헤드폰이라니..."

 

저음이 보강된, 정확도 중심의 깔끔한 사운드


Driver Unit : 40mm Dynamic

Frequency Response : (?)

Impedance : 16 ohms

Sensitivity : (?)

Cable Length : 1.3 m

Weight : 395 g



퍼펙트 사운드에서 헤드폰의 소리 만드느라 고생한 것은 알겠는데 제품의 스펙 데이터에서 주파수 응답 범위와 감도, SPL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아쉽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D901의 사운드는 많은 헤드폰을 사용해본 유저분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겁니다. 녹음된 소리를 정확히 전달한다는 '원음 충실도' 측면에서도 상당히 높은 레벨에 도달하고 있으며, 양이 많으면서도 단단하게 다듬어진 저음으로 음악 감상의 재미도 추구하고 있습니다. 살짝 밝은 색채의 고음이지만 화려하게 부각되지는 않으며 저음의 울림이 고.중음역을 가리는 마스킹 현상도 거의 없군요. 이 헤드폰을 거의 2주 동안 사용하면서 저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특기들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음의 굴곡이 없습니다. 고음이 강조되든 저음이 강조되든 간에 음의 굴곡이 많으면 왜곡된 인상을 주기 마련입니다만 D901은 플랫한 고.중음역부터 깊게 강조된 초저음역까지 깔끔한 선을 그려냅니다. (음의 굴곡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착색의 묘미이므로...) D901의 소리를 들으면서 '오우, 깔끔한데?'라는 생각이 딱 들게 되는 이유가 이겁니다. 들쑥날쑥하는 부분 없이 매우 정갈하고 깨끗하게 다듬어놓은 소리입니다. 매끈매끈한 대리석이나 다름없습니다.


 

D901의 깔끔한 음색은 정확한, 또는 기준치보다 더 빠른 응답 속도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소리 전체에서 잔향감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초고음부터 초저음까지, 어떤 소리가 발생했을 때 함께 일어나는 배음이나 그 울림의 잔존물을 찾을 수가 없군요. 이 특성은 건조한 느낌을 줄 때도 있으나 '정확한 음'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상당한 만족감을 줄 수 있겠습니다. 높은 스피드의 음악에서도 전혀 늘어지는 느낌을 찾을 수 없으며 단단히 조여진 중저음의 연타는 음악을 더욱 긴장감 넘치게 만듭니다.


굴곡도 없고 응답 속도도 빠른데, 음의 밀도까지 높습니다. 매우 고운 밀가루 입자처럼 아주 촘촘하고 꽉 들어찬 느낌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집니다. 이런 상태에서 저음이 완만하게 강조되어 있으니 중저음역은 적당히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촉을 제공합니다. 살짝 밝게 색칠된 고음의 감각과 따뜻한 중저음이 만나면서 이 헤드폰의 소리를 적절히 정겹게도 만듭니다. 그저 냉정하게 원음만 재생하려드는 헤드폰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또한 높은 가격대를 어느 정도 인정하게 만들어주는 고해상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듣는 이로 하여금 더 올라가는 고음, 더 내려가는 저음이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밀폐형 헤드폰이면서도 꽤 넓은 공간을 형성해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잘 살펴보면 금속 인클로저 하단에 아주 작은 홀이 하나씩 뚫려있음) 소리의 입자가 생생하게 살아있으며 음악을 이루는 여러 악기와 목소리들을 세밀하게 나눠주는 능력도 훌륭합니다. 이런 고해상도를 갖췄지만 고음역의 일부분을 조금씩 낮춰서 귀의 피로감을 줄인 것이 마음에 듭니다. 제 느낌엔 10kHz 주변의 높은 고음역은 약간 강조하되 3,000 ~ 6,000Hz 주변에 약간 손을 댄 듯 합니다. 주로 치찰음 강조의 원인이 되는 곳을 부드럽게 깎아놓았다고 할까요.


 

전반적으로 볼 때 D901은 사운드 제작자의 억지스러운 조절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깔끔하고 세련된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그리고 이론적으로도 상당히 정확하고 균형잡힌 소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꽤 강조되는 저음이 있으나 이 헤드폰을 쓰고 밖으로 나가면 그냥 플랫한 소리로 느껴질 겁니다. 조용한 실내에서 들으면 가슴을 탕탕! 때리는 타격감이 되니 오히려 즐거운 저음 부스트라고도 생각됩니다. 섬세하게 조절되고 분리된 소리, 높은 밀도와 고운 입자로 귀를 부드럽게 간지럽히는 소리... 수많은 연마 과정을 거친 석재, 금속 가공품의 표면을 만지는 듯한 매끄러움이 특징입니다.


 

단점이 될만한 부분은 이렇습니다. 첫째, 자연스럽게 풀어진 소리를 원한다면 D901의 돌덩이 같은 저음에 질려버릴 수 있습니다. 잔향감이 거의 없으니 진공관 앰프 소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둘째, 완전히 정확하고 플랫한 음을 원한다면 역시 저음 부스트에게 발목을 잡힐 것입니다. 이퀄라이저를 사용한다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겠으나 그럴 바에는 스튜디오 모니터링용 헤드폰을 선택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셋째는 무게입니다. 이 글을 쓰는 2시간여 동안 헤드폰을 머리에 쓰고 있는데... 목이 좀 아픕니다. 목 근육 튼튼한 분들은 극복하시겠지만 제 가녀린 목에게는 녹록치 않은 고난이군요. 그래도 금속 인클로저 덕분에 이렇게 정밀한 중저음 재생이 되니까 이 정도는 참아줄 수 있다고 생각해봅니다.


(*추신 : D901에는 형광녹색의 탈착식 케이블이 들어있는데, 일반 3.5mm 스테레오 규격을 사용하므로 슬림한 플러그의 커스텀 케이블로 간단히 교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지간하면 기본 케이블 그대로 사용하시길 권합니다. 다른 케이블로 바꿀 때마다 고음이나 저음부가 강조되어 이 제품의 주요 특징인 밸런스를 해치곤 했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경험이지만 참고 삼아 말씀드립니다.)



*루릭이 들어본 Perfect Sound D901의 소리는?

해상도 : 높음.

타격감 : 묵직하고 단단하게 울리는 저음 타격.

공간감 : 밀폐형 기준으로 충분히 넓은 공간 표현.

치찰음 : 거의 없음.

자연스러움 : 저음 비중이 높을 뿐 깔끔하고 굴곡 없이 자연스러움.

고음역 : 선명하고 맑으며 약간 밝은 색채의 고음.

중음역 : 정확히 계량된 비중, 높은 밀도의 중음.

저음역 : 양이 많고 초저음역까지 깊게 내려가는 저음.



장단점 및 결론 


GOOD

높은 해상도와 소리 분해 능력

굴곡의 거의 없는 깔끔한 음 형태

뛰어난 고.중음역 밸런스

높은 밀도, 정확한 응답 속도

맑고 투명한 고음

돌덩이처럼 단단한 저음 타격감

만족스러운 저음 부스트

정갈하고 세련된 음색

부드럽고 편안한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포터블 뮤직 플레이어에 최적화된 세팅

 

BAD

부담스러운 디자인

부담스러운 무게

부담스러운 가격

부담스러운 제조사 이름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저음 부스트

여러모로 어중간한 포지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