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그덴과 ATC, 봄꽃처럼 달콤한 팀워크를 맛보다



서그덴(Sugden)이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이했다. 전야제라도 하듯, 프랑스의 클래식 & 하이파이 매거진 디아파송은 작년(2016년)에 서그덴의 두 제품에 동시에 그랑프리를 수여했다. 이 제품들은 각기 시청의 수단(?)으로만 스캔되곤 했었는데, 마침 팀을 이루어 시청의 기회가 주어진 건 필자에게도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알려진 바, 서그덴의 특별함은 회사의 시작 이래 직원들 특히 6명의 엔지니어들이 그대로 근무하고 있어서 원래의 기조에서 이탈하지 않고 정진해왔다는 사실에서 가장 커 보인다. 또한 기본적으로 수작업으로 대부분의 공정을 처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영국산 명품 공방의 분위기가 느껴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다소 평범해 보이는 실버톤의 서그덴 제품은 그런 배경으로부터 이해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서그덴의 디자인 역시 처음부터 강한 흡인력으로 시선을 끈다거나, 화려한 후광을 몰고 다니는 콘셉트는 아니다. 대신, 전술했듯이 아주 단순하고 직관적인 기능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을 하고 있다. 본 A21은 서그덴의 처녀작으로서의 제품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SE 버전으로 등급을 나누고, 다시 시그너처로 업버전이 되어 온 히스토리가 있다.





전원부와 출력단을 강화한 SE 버전에 비해 A21 시그너처는 높이와 뒤 길이가 다소 축소되어 있으며, 방열핀이 수평으로 측면에 전후간 방향으로 배열되어 있다. 전원부의 위치 이동 때문인 것으로 판단되지만, 혹시 외관의 차별화를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었을지 모르는 실렉터의 위치도 SE 버전과 정반대편인 왼쪽에 두었다. 이렇게 해서 본 제품은 8Ω 기준 23W의 순 A클래스로 동작하는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이다. CD 플레이어인 퓨전 21 역시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는 매우 단순한 구조를 하고 있다. 한 가지 특기할 내용은 아날로그디지털 출력 하나씩, 이외에 동축 디지털 입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퓨전 21과 A21 시그너처, 이 두 제품은 앞서 말한 2016년 디아파송 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시청은 다미노의 제2시청실에서 스피커는 ATC SCM7 Ver.3으로 진행했으며, 스피커 케이블은 노도스트의 프레이 2를 사용했다. SCM7에 대해서는 굳이 부언의 여지가 필요 없어 보이며, 특히 A21 시그너처와의 조합은 과부족 없이 매우 적절해 보였다.





각각의 제품을 몇 차례 시청해 본 바로는, 이 두 제품의 음색은 상당히 유사하다. 원래 앰프 브랜드가 제작한 CD 플레이어는 앰프의 성향과 아주 다르거나, 똑같거나 둘 중의 하나인 경우가 되는데, 이 둘은 일체감이 있어서 다른 시스템 속에서도 유사한 분위기를 연출하곤 했다. 특히 이 제품을 처음 시청할 경우에 먼저 다가올 사안 중의 하나로서 특유의 매끄러운 질감을 예로 들 수 있다. 정경화 연주, 바흐 바이올린 소나타 1번 1악장은 귀를 파고든다거나 강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본 녹음 특유의 입자감을 생생하게 살려내어, 듣기에 좋은 질감을 잘 만들어냈다. SCM7 Ver.3이 기여하는 부분 또한 커서, 현악기의 울림과 질감을 축소시키지 않고 동시에 연출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사이즈가 아닐까 싶었다.


악기 수와 다이내믹스가 늘어나도 놀라울 만큼 안정감 있는 드라이브를 보인다. 스케일은 상위 제품보다 작을지 모르겠지만, SCM7 Ver.3은 전 대역에서 그리 쉽게 반응하는 제품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력적인 드라이브와 단단한 골격이 쉽게 감지되는 강렬함이 느껴진다. 래틀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이 연주하는 슈만의 교향곡 2번 3악장의 약음 합주는 낮은 중역대의 존재감을 선명하게, 그리고 뛰어난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를 선사해서 만족스러웠다. 이 부분은 이렇게 들어야 더 감동적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만큼.


서그덴을 알고 선택한다는 의미는 음악의 아름다운 부분을 고조시키고 싶다는 경우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적절한 스피커를 고르는 노력을 들인다면, 사실 서그덴의 이 두 조합으로 여전히 라이브러리를 차지하고 있는 고전적인 오디오파일들은 그리 부러울 게 없는 음악 감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혹자들은 서브용으로 많은 고려를 한다고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메인이 되기에 충분한 조합이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앰프

Sugden A21 Signature  

가격 270만원   

실효 출력 23W(8Ω)   

주파수 응답 10Hz-20kHz(±1dB)   

S/N비 83dB 이상  

입력 감도 170mV, 3mV(MM), 0.2mV(MC)   

크기(WHD) 43×9.2×35cm   

무게 11kg(Ship)      

CDP

Sugden Fusion 21   

가격 320만원   

주파수 응답 20Hz-20kHz(±1.25dB)   

디지털 입력 Coaxial×1   

디지털 출력 Coaxial×1   

출력 레벨 2.1V   

S/N비 86dB 이상  

크기(WHD) 43×9.2×31cm   

무게 9kg(Ship)          


스피커

ATC SCM7 Ver.3  

가격 17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밀폐형   

사용유닛 우퍼 12.5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60Hz-22kHz(-6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5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4dB/W/m   

권장 앰프 출력 75-300W   

크기(WHD) 17.4×30×21.5cm   

무게 7.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