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스타(Takstar) HD6000, 이걸 뭐라고 설명하란 말인가


HD6000


글, 사진 : 루릭 ( http://blog.naver.com/luric, @LuricKR )

 


*감상 환경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CDP : NAD C 515BEE

Toslink Cable : WireWorld Nova 6

Interconnect Cable : Van Den Hul The Name

Headphone Amp : Graham Slee Solo SRG II

DAC : Matrix Mini-i

 

 

 

제일 비싼 물건이면서도 너무 저렴한 헤드폰


그러니까... 제가 탁스타 Pro80을 구입했던 게 작년 7월이군요. 다른 사람들이 Pro80의 사용기를 올리면서 저도 '중국발 대륙의 사운드'에 대한 소식을 듣긴 했으나, 직접 구입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청음실에서 잠깐 들어본 후 2개를 샀습니다. (--); 하나는 제가 쓸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친구 선물용이었지요. 10만원대 헤드폰이 알루미늄 가방에 담긴 모습을 보고 경악했던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올여름, 저는 탁스타의 최신예 플래그쉽 하이엔드 울트라 초절정 긴급 충격 당혹 헤드폰을 접하게 됐습니다. 모델명이 무려 HD6000 !! 오오~ 넘버링만 봐서는 60만원짜리가 될 기세입니다...만, 이 제품의 해외 가격은 100달러 정도에 불과합니다. 국내 수입 가격도 10만원대 초반으로 예상됩니다.


값싼 헤드폰이 좋은 소리를 내면 항상 비난의 목소리가 따라옵니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과 하이 퀄리티 사운드의 결합이 탁스타의 셀링 포인트입니다.


저보고 어쩌라구요.



HD6000은 제가 이미 처분해버린 Pro80보다도 더욱 뛰어난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제가 들은 소리가 무척 좋았으니 저는 좋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소리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가 있지요. 헤드폰의 디자인과 착용감 부분입니다.


이 물건의 디자인을 보면 왠지 게이밍 헤드셋이 떠오릅니다. 아마도 매트 블랙 컬러와 녹색 문양이 그런 느낌을 주나 본데... 적어도 Pro80보다는 시각적으로 임팩트가 있는 제품이군요. 통풍까지 고려한 헤드밴드의 쿠션이 마음에 들고, 이어패드는 매우 부드러운 인조 가죽으로 귀 주변을 잘 감싸줍니다. 즉, 귀에 닿는 착용감은 아주 좋은 헤드폰입니다. 그리고 헤드밴드 사이즈 조절에 사용되는 부품이 플라스틱이라는 점만 빼면 도저히 100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높은 마감 품질을 보여줍니다. 손으로 만져보기만 해도 이 부분은 체감이 되실 겁니다.



그런데... 헤드밴드 디자인이 뭔가 이상합니다. 제가 Pro80을 처분해버린 결정적 이유는 헤드밴드가 너무 짧다는 것이었습니다.(지금은 헤드밴드 사이즈를 조절하고 마감 품질을 끌어올린 Pro80 MKII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값이 좀 더 비싸요.) 탁스타는 사운드 최적화 기술은 매우 뛰어나지만 아무래도 인체공학 기술은 더 다듬어야 할 모양입니다. HD6000에서도 헤드밴드 디자인의 삑사리(...)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사람 머리가 네모랗다고 가정하고 디자인한 것일까요? 이 제품을 머리에 쓰면 헤드밴드가 거의 수평선 모양으로 펼쳐지는데, 이어패드를 귀에 밀착하기에는 유리한 구조지만 착용한 모습은 썩 좋지 않습니다. 저는 '요다 현상'이라는 말을 주로 헤드밴드의 모습으로 판단합니다. 요컨대 헤드밴드가 너무 옆으로 벌어져서 착용자의 머리가 아름답지 못하게 장식되는 모습을 스타워즈의 요다 스승 같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HD6000은 '요다 현상의 레퍼런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게 착용감이 좋은데! 헤드밴드 모양만 괜찮았다면 얼마나 좋을지! 뭐... 실내용으로 사용하신다면 문제 없겠습니다.

 
혹시 자신의 머리가 커서 이 헤드폰을 착용할 수 있는지 의심된다면 다음 사항을 체크해보시기 바랍니다. 헤드폰의 착용에는 머리 크기도 작용하지만 귀의 '위치'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귀가 더 낮게 위치한 사람은 헤드폰의 헤드밴드를 최대로 늘려야만 겨우겨우 착용이 되는 일이 많지요. 저도 상당히 귀가 낮은 위치에 있어서 헤드폰의 헤드밴드를 많이 늘려서 사용합니다. 다행히도 HD6000은 아슬아슬하게 딱 맞았습니다. 단 1cm만 헤드밴드가 짧았다면 저는 착용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원음 재생과 고.저음 강조를 모두 확보한 사운드, 해상도, 분리도, 밸런스, 응답 속도 모두 기준치를 상회, 특유의 개성이 필요하다

 
ㆍDriver Unit : 53 mm Dynamic

ㆍFrequency Response : 10 Hz ~ 25 kHz

ㆍImpedance : 60 ohms

ㆍSensitivity : 100 ± 3 dB at 1 kHz

ㆍCable Length : 1.2 m (+ 4 m Extension Cable)

ㆍWeight : 320 g



HD6000은 근본적인 성능이 좋습니다. 감성 그런 거 떠나서 이 헤드폰은 일반적으로 '정확한 소리'를 내는 제품으로 보입니다. 스튜디오 모니터링 용도로 좋겠고, 여러 가지 음악 장르를 하나의 헤드폰으로 들으면서 음악의 감상에만 집중하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해상도, 분리도, 밸런스, 응답 속도 등 여러 면에서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럴 때는 중국이 두려워지기도 합니다만, 헤드밴드 때문에 이윽고 마음을 놓습니다.(...?)


 

저는 헤드폰 앰프로 스베트라나와 그람슬리 솔로를 사용하는데, 이 제품은 그람슬리 솔로와 대단히 매칭이 좋았습니다. HD6000의 주특기인 높은 해상도와 빠른 응답이 잘 살아나는군요. 이번 감상문 작성에서는 아예 진공관 앰프를 사용하지 않았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D6000은 살짝 높은 임피던스(60옴) 값을 갖고 있으나 고능률 헤드폰에 속합니다. 앰프 연결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상이 가능합니다만, 굳이 앰핑을 하겠다면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TR 앰프)를 사용하시길 권합니다. 또한 DAC를 고품질 제품으로 바꾸고 음악 파일을 192kHz / 24bit 급으로 해주면 더욱 큰 효과를 볼 수 있겠습니다.


 


시작부터 단점을 말하면, 이렇게 성능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탁스타 특유의 개성은 없다는 것입니다. 음악을 즐겁게 들려주기 위한 '작곡가'나 '지휘자'의 센스가 없습니다. 순수하게 성능만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시한다는 것이 탁스타의 최대 장점이자 최대 단점입니다. 대부분의 음향 리뷰어들은 이 헤드폰의 소리를 들으며 높은 점수를 줄 것이고,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은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극찬을 이끌어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평가에 끌려서 제품을 '일단 지른' 소비자 중 일부가 HD6000의 가치를 폄하할 수도 있겠습니다. 청취자 각자가 추구하는 감성적 기준에 대해 '성능을 추구하는 탁스타 헤드폰'이 모두 맞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이것은 측정 데이터만을 중시하는 유저들 사이에서도 혼란을 일으킬텐데, 탁스타 헤드폰 제품 중 일부는 독일제 하이엔드 헤드폰들보다도 원음에 가까운 데이터를 내놓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음악 감상을 실제로 해보면 역시나 독일제 하이엔드 헤드폰이 더 좋으니 말로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아주 간단히 정리하고자 합니다.

 
헤드폰 선택에서 돈 문제는 잊으십시오. 헤드폰을 '예술품'이라고 생각한다면 100만원에서 1,000만원이라도 마음대로 지불하세요. 헤드폰을 '원음을 재생하는 기기'라고 생각한다면 10만원대 제품이라도 성능이 좋은 제품을 고르면 됩니다. 단, 그 후에는 남들의 헤드폰과 비교하지 맙시다. 자신의 귀를 더 즐겁게 해주는 헤드폰을 찾아서 여행을 시작하는 것은 옵션일 뿐이며, 새로운 음악만을 즐기겠다면 평생 한 가지 헤드폰만 사용해도 좋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HD6000은 원음 재생과 적당한 고.저음 강조를 모두 갖춘 원샷이 될 수 있습니다. 아주 싼 가격으로 헤드폰 고민을 마치고 새로운 음악 찾기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제 가격 문제와 사기급 성능을 떠나서 다시 헤드폰으로서의 HD6000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인상은 대체로 평탄한 가운데 고음과 저음이 완만하게 강조된 밸런스 세팅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경우에 따라 보컬 위치가 뒤로 잡힌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는데, 그 현상도 매우 적은 편입니다. 보컬이 앞으로 툭 튀어나오는 소리를 좋아하는 유저의 경우 HD6000에서 보컬이 밀린다는 평가를 하겠지요. 제 예상은 그렇습니다. 이 제품은 완전 밀폐형 헤드폰이며 소리에 굴곡이 많지 않아서 입체감은 덜한 편입니다. 스테이지 넓이 표현도 정확하게 해줄 뿐 기준치보다 확장되지는 않는군요.


제가 HD6000을 사용하면서 진짜 열심히 찾아낸 단점이 이 정도입니다. 음악을 녹음된 원래대로 재생한다는 측면에서 보기 시작하면 이 헤드폰의 사운드에서 단점을 찾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감성적 충족을 위해 일부러 해상도를 낮췄거나 잔향감을 추가한 헤드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HD6000은 음향 재생기로써 매우 뛰어난 물건이라고 생각됩니다.



모든 음역의 해상도가 높습니다.(ㅇ_ㅇ)... 고.중.저음이 매우 또렷하게 분리되지는 않으나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청각적 위화감이 없습니다. 무척 깔끔하며 음의 잔재가 남지 않는 느낌이 좋군요. 또한 밀폐형의 구조를 활용한 디테일의 표현에서도 작은 감동이 있습니다. 이 헤드폰은 겉모습이 마치 DJ용 헤드폰처럼 생겼지만 그것은 함정입니다. HD6000을 혹시 구입하겠다면 그 첫 음반은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클래식 악곡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마치 클래식 악곡 연주의 녹음 현장에서 모니터링 헤드폰을 쓰고 사운드를 주시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고음역의 높은 부분이 약간 강조되어 있는데, 이것이 아주 조금 음을 밝게 만들지만 그만큼 현대적이며 세련된 인상을 줍니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이건 '해상도 등급의 향상' 효과로 보입니다.


모든 음역의 응답 속도가 빠릅니다.(ㅇ_ㅇ)...... 이 헤드폰의 소리에서는 잔향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음악 소스에서 잔향이 만들어지지 않는한 헤드폰에서 발생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에 구입해서 잠시 사용했던 Pro80과 비교해볼 때 가장 큰 변화로 여겨집니다. HD6000의 뛰어난 음향 충실도는 빠른 응답에서 완성되는 모양입니다. 또한 클래식 악곡이나 재즈 뿐만 아니라 일렉트로니카, 힙합, 하우스 등의 장르에서도 즐거운 감상이 가능한 이유가 됩니다. 이 물건은 음향 엔지니어 겸 DJ가 무대에서 사용한 후 그대로 레코딩 스튜디오로 들고 가서 모니터링에 사용해도 되는 헤드폰입니다.

 
진정한 올라운드형 헤드폰입니다.(ㅇ_ㅇ).............. 어떤 음악이든 선명하게, 또렷하게, 맑게, 그리고 심심하지 않게 들려주는군요. 다시 말하지만 이 특성이 모든 청자의 취향에 맞는다는 법은 없습니다. 저는 지금 음향 충실도의 측면에서 HD6000에 대한 감상을 적고 있으며, 이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위화감이나 불만족스러운 장르가 없었다고 말하는 중입니다. 사람들이 헤드폰의 소리를 들을 때 어떤 기준에서 즐겁다와 심심하다를 구별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생각하는 '즐거운 헤드폰 소리'는 적당히 고.저음이 강조된 것이고, '심심한 헤드폰 소리'는 평탄한 음에서 고음만 깎아놓은 것입니다. HD6000은 평탄한 음을 바탕으로 하지만 U자 형태로 높은 고음과 초저음 쪽만 살짝 강조해서 즐겁다와 심심하다의 정확한 중간점을 찾아냅니다.



이런 HD6000에게도 확실히 청자의 취향이 적용될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가느다란 소리의 선'입니다. 대단히 섬세하고 가녀린 느낌의 고.중음역 표현을 하는데 저음역은 꽤 웅장하기 때문에 간혹 고.중음역의 비중이 낮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게다가 선이 굵고 앞으로 튀어나오는 소리를 좋아한다면 잘 맞지 않겠지요. HD6000이 제시하는 화려함은 오디오 테크니카의 화려함과는 다릅니다. 착색이 아닌, 진짜 가늘고 부드러운 고음의 표현으로 화려한 소리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남성적이고 강한 힘의 소리는 이 헤드폰에서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굳이 헤드폰에 성을 부여한다면 HD6000은 체력은 강하지만 외모는 가녀린 여성에 가깝습니다. (예시: 거인 애니메이션에서 별다른 비중 없이 등장하는 흑발 여캐릭터)

 
이 소리를 게이밍 헤드셋과 수평 헤드밴드의 디자인이 아니라, 아름다운 아날로그 빈티지 디자인으로 포장한다면 정말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HD6000의 소리를 바꾸지 않고 황동 프레임과 우드 하우징, 직조물 케이블 등으로 꾸미는 일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루릭이 들어본 Takstar HD6000의 소리는?

해상도 : 높음.

타격감 : 탄력이 좋으며 끝은 약간 부드러운 저음 타격.

공간감 : 딱 중간.

치찰음 : 약간 드러남.

자연스러움 : 위화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움

고음역 : 높은 영역이 더 강조된, 가녀리고 섬세한 고음.

중음역 : 깔끔하고 정밀한 디테일의 중음.

저음역 : 초저음 쪽이 강조된,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웅장한 저음.



장단점 및 결론 


GOOD

전체 밸런스와 고.저음 강조를 적당히 배합한 하이 퀄리티의 사운드

모든 음역의 높은 해상도, 분리도

빠른 응답 속도

매우 넓은 범위의 음악 장르 매칭

상당히 좋은 마감 품질

황당할 정도로 저렴한 가격

 

BAD

대편성 오케스트라를 표현하는데 디자인은 게이밍 헤드셋

특유의 개성이 필요한 사운드

착용하는 사람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수평 헤드밴드 디자인